
소련의 T-62는 1950년대 말 T-54/T-55 시리즈의 후속 차량으로 개발되어 1963년 소련군에 정식 채택되었고, 1965년 5월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T-54와 매우 흡사하지만, 더 길고 넓어진 차체와 새롭게 설계된 포탑, 그리고 새로운 주포를 갖추고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륜(보기륜)의 간격이 균일하다는 점(T-54는 1번과 2번 바퀴 사이 간격이 넓음)과 주포의 형태가 대표적인 판별 포인트입니다.
T-62 주요 제원
기본 사양
- 유형: 주력전차
- 승무원: 4명
- 무장: 115mm U-5TS 활강포 1문 · 동축 7.62mm PKT 기관총 · DShK 12.7mm 대공 기관총(선택 장착)
- 장갑: 최소 20mm ~ 최대 170mm
치수 · 중량 · 동력
- 전장(전체): 9.77m / 차체 길이: 6.71m
- 전폭: 3.35m / 전고(대공 무장 제외): 2.40m
- 전투 중량: 36.5t
- 접지압: 0.72kg/cm²
- 엔진: V-2-62형 12기통 수랭식 디젤(2,200rpm에서 709마력)
기동 성능
- 도로 최고 속도: 50km/h
- 항속 거리: 약 500km(보조 연료통 미장착 기준)
- 수직 장애물 통과: 0.8m / 참호 통과: 2.8m / 등판 능력: 60%
운용 현황
T-62는 1963년부터 소련군에 배치되었으며, 아프가니스탄, 동독, 불가리아, 헝가리, 인도, 이라크, 이스라엘, 리비아, 폴란드, 루마니아, 시리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다수의 국가에서 운용되었습니다.
차체 설계와 방호력
T-62의 차체는 두꺼운 강판을 일체 단조하여 제작했으며, 전면 경사면(글래시스)의 두께는 100mm입니다. 주조강으로 만든 포탑 장갑은 전면 170mm에서 후면 60mm까지 두께가 달라집니다. 조종수는 차체 전방 좌측에 위치하고, 나머지 승무원 3명은 포탑에 자리하는데, 차장과 포수가 좌측에, 장전수가 우측에 배치됩니다. 엔진과 변속기는 차체 후방에 있습니다.
서스펜션은 검증된 토션바 방식으로, 노륜 5개를 사용하며 텐셔너 휠은 전방에, 스프로킷(구동륜)은 후방에 배치되었습니다.
115mm 활강포의 화력
주무장인 U-5TS 활강포는 포신의 상하 조준각이 약 +17도에서 -4도까지 조절 가능합니다. 여기에 7.62mm PKT 기관총이 동축으로 장착됩니다. 초창기 T-62에는 대공 기관총이 없었지만, 이후 많은 차량이 장전수 큐폴라 위에 표준형 DShK 12.7mm 대공 기관총을 추가로 장착했으며, 이렇게 개량된 차량은 T-62A로 명명되었습니다.
탄약은 고폭탄(HE), 날개안정분리철갑탄(FSAPDS), 대전차고폭탄(HEAT)의 세 종류를 운용합니다. FSAPDS 탄의 포구 초속은 1,680m/s에 달하며 유효 사거리는 약 1,600m입니다. 발사 시 새브(sabot)가 분리되고, 이후 안정익이 전개되어 탄도를 안정화합니다. 이스라엘 측 보고에 따르면 이 탄은 1,000m 거리에서 300mm 두께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전은 수동으로 이루어지지만, 발사 후 포신이 자동으로 설정된 각도로 되돌아가 약협(탄피) 배출을 돕습니다. 약협은 포미에서 나온 뒤 미끄럼통을 따라 포탑 후면의 작은 해치로 이동해 차 외부로 배출되는데, 이 시스템은 안정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평균 발사 속도는 분당 4발이며, 주포는 수직·수평 두 축 모두에서 안정화되어 있습니다. 탄약 적재량은 115mm 포탄 40발과 7.62mm 탄약 3,500발입니다.
야간전 · 수중 도하 등 특수 장비
T-62는 NBC(핵·생물·화학) 방호 체계와 적외선 주행등을 갖추었으며, 차장 큐폴라에 적외선 탐조등이 하나 장착되고, 또 다른 하나는 주포 우측에 주포와 연동되어 설치되어 야간 전투 능력을 제공합니다. 사전 준비 없이도 수심 1.4m까지 도하가 가능하며, 장비 해치에 스노클(잠수 통기관)을 세워 고정하면 약 5.5m 수심까지 도하할 수 있습니다. 스노클은 분할식으로 보관되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차체 후부에 적재됩니다.
T-55와 마찬가지로 차체 좌우 배기구에 기화된 디젤유를 분사해 자체적으로 연막막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체 후방에 보조 연료통을 장착해 항속 거리를 늘릴 수 있으며, 전투 돌입 시 조종수가 이를 분리합니다.
실전 운용과 생산 실적
T-62는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의 작전(중동 전쟁)에서 실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서방 전차만큼 정교하지는 않지만 견고하고 신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련이 생산한 T-62는 15,000대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T-54/T-55처럼 다른 바르샤바 조약국에서 라이선스 생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소련이 T-64/T-72 등 신형 전차를 도입한 이후에도 T-62의 생산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모델은 한동안 소련군의 주력 전차로 남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