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HMS 엑서터: 그라프 슈페와 맞선 영국의 중순양함

HMS 엑서터: 그라프 슈페와 맞선 영국의 중순양함

워싱턴 조약과 카운티급 순양함의 탄생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영국이 연구한 최초의 순양함은 '카운티(County)'급이었다. 이 함선들은 워싱턴 해군군축조약에 따라 건조된 최초의 '워싱턴' 순양함으로, 이전 세대의 순양함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높은 건현(乾舷)과 세 개의 굴뚝이 주는 고풍스러운 외관 때문에, 그리고 영국이 다른 해군 강국들처럼 배수량을 부당하게 조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리즈의 함선들은 동시대 외국 함선들보다 열등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러나 카운티급은 훌륭한 전투함임을 충분히 입증해냈다. 쌍열 203mm 포탑은 강력하고 효율적이었으며, 속력과 항속거리 역시 대부분의 작전 요구를 충족시켰다.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원양 항해 성능을 보유했다. 방어력 또한 적절한 수준이었다. 탄약고는 완전히 장갑으로 보호되었고, 기관실과 증발기 설비의 약 절반도 장갑 방호를 받았다.

'경제형' B급 순양함, 요크급의 등장

조약의 틀 안에서 카운티급은 모두 'A급' 순양함으로 분류되었지만, 마찬가지로 203mm 포로 무장하면서도 일종의 '경제적인' 버전에 해당하는 'B급'을 규정하는 조항도 존재했다. B급은 원래 설계의 길이와 폭을 줄이고, 4기 대신 3기의 203mm 포탑을 장착했다. 건현은 전반적으로 낮아졌고, 카운티급의 통일된 갑판 구조는 2단 갑판으로 바뀌었으며, 굴뚝 세 개는 두 개로 줄어들었다.

이 유형의 함선은 단 두 척만 건조되었다. 바로 요크(York)와 그 뒤를 이은 엑서터(Exeter)였다. 두 번째 함인 엑서터는 첫 함과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함교가 더 낮았고, 굴뚝이 수직형이었으며, 굴뚝 뒤편에 고정식 사향(斜向) 캐터펄트 2기를 장착했다. 당시에는 순양함의 항공 운용 설비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실제로 전쟁 초기에 단독으로 대양 초계 임무를 수행하는 순양함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라프 슈페와의 결전, 그리고 이후

카운티급 및 대부분의 영국 순양함들과 마찬가지로, 엑서터는 100mm 대공포와 533mm 어뢰 발사관을 보조 무장으로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유명한 그라프 슈페(Graf Spee)와의 교전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된 것은 아마도 탁월한 방어력이었을 것이다. 이 덕분에 엑서터는 개전 전 해군본부가 포켓 전함(pocket battleship)에 대응하기 위해 수립했던 반통상파괴작전 계획의 전술적 실행 과정에서, 가능한 한계까지 최선을 다해 제 몫을 해낼 수 있었다.

엑서터 이후 영국은 203mm 포로 무장한 순양함 건조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203mm 포탄에 견딜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춘 함선이라면 152mm 포의 빠른 발사 속도와 조작 용이성이 사거리상의 열세를 충분히 만회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203mm 포로 무장한 영국 순양함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카운티급이 발사한 포탄은 독일 주력함 두 척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비스마르크(Bismarck)의 사격 지휘 장치를 무력화시켰고, 샤른호르스트(Scharnhorst)의 레이더를 직격탄으로 파괴한 것이다.


HMS 엑서터: 그라프 슈페와 맞선 영국의 중순양함

HMS 엑서터 주요 제원

배수량: 워싱턴 조약 기준 8,390t / 만재 10,500t
전장: 175.20m
폭: 17.68m
평균 흘수: 5.18m
추진: 4축, 감속 기어 터빈, 80,000마력, 최대 32.25노트

방어력
· 현측 장갑대: 50~76mm
· 갑판: 50mm
· 포탑: 35~50mm

무장: 203mm 주포 6문, 100mm 대공포 4문, 2파운드 폼폼포 2문
어뢰: 533mm 어뢰 발사관 6문
진수: 1929년 7월 18일, 데번포트(Devonport) 조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