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22. 타만 아윤 사원 – 발리 고대 왕조가 남긴 신비의 흔적

22. 타만 아윤 사원 – 발리 고대 왕조가 남긴 신비의 흔적

입장료에 깜짝 놀라다

사원에 입장하려면 한 사람당 인도네시아 화폐 2만 루피아의 입장권을 구매해야 했다. 다섯 장을 사니 10만 루피아가 지출되었다. 이 돈을 인도 루피로 환산하면 500루피 정도로 큰돈은 아니지만, '10만'이라는 숫자를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이곳은 발리 고대 왕조의 사원이다. 경내에는 옛 초가집을 연상시키는 사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층수에 따라 1층부터 11층까지 다양하며 '메루(Meru)'라고 불린다. 높이는 대략 12~15미터에 이른다. 받침과 발코니를 갖춘 가장 아래층이 폭이 가장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폭이 좁아져 최상층이 가장 좁다. 발코니에는 검은색 긴 풀처럼 드리운 장식이 둘러져 있다.

관광객에게 열려 있는 외부 공간

관광객은 사원 내부에 들어갈 수 없고 바깥에서만 볼 수 있다. 대신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주 사원 단지 주변에 포장된 회랑이 만들어져 있어,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사원 외벽에 세워진 신들의 상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사원 경내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무리 지어 앉아 예배를 올리고 있었다. 울창한 식생으로 덮인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 공간이었다.

삶의 풍경을 담은 조형물

타만 아윤 사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큰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는 발리의 문화와 서민 생활을 조각상으로 표현한 장면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 장면에는 닭싸움을 붙이는 두 남자와 이를 구경하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부자로 보이는 한 사람은 의자에 앉아 물파이프 비슷한 것을 손에 쥐고 있고, 다른 사람은 손을 들어 싸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한쪽에는 멜대를 어깨에 얹은 소 한 쌍이 있는데, 한 마리는 검은색, 다른 한 마리는 흰색이다. 근처에는 춤추는 자세의 무용수 상도 세워져 있다.

열린 신상 박물관

이 사원 단지에는 수백 개의 상이 보관되어 있다. 돌로 만든 많은 상들은 수백 년 된 것으로 보이는 반면, 흙으로 빚은 일부 신상은 현대의 작품이다. 상들의 손에는 갖가지 꽃, 악기, 무기가 쥐어져 있다. 많은 천상의 여신(압사라)들의 옷차림은 인도와 그리스 여신들의 것과 비슷하다. 날개 달린 사자 상도 있고, 날개 달린 요정 상도 있다.

오랑우탄 얼굴을 한 인간상

이곳의 많은 의인화 조각상은 얼굴이 사람 같으면서도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을 닮았다. 이들을 보면 과거 이 섬에 이런 얼굴을 가진 인간이 실제로 살았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발리 섬의 다른 여러 곳에서도 이런 형상의 인물상을 본 적이 있다. 몸에는 옷을 조금 걸쳤고, 머리에는 숲속 사람들 같은 두건을 쓰고, 얼굴은 통통하며, 코는 둥글고 굵고, 입술 안에는 큰 이가 들어 있으며, 팔은 근육질이고 허벅지는 튼튼하며, 얼굴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다.

동그란 눈을 가진 신들

사원 경내에는 작은 대좌들이 곳곳에 있고, 그 위에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신들의 상이 놓여 있다. 그중 일부 신의 눈은 공처럼 동그랗다.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설령 천 년쯤 되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조각가들이 이 조각들을 통해 미래의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상들이 서 있는 돌 받침대 역시 아주 오래되었다. 일부 받침대 위의 상들은 비바람과 세월의 진동에 닳아, 인도에 모셔진 시바 링가처럼 둥글고 긴 핀디 형태로 변해 버렸다.

손녀 딥바와 알록달록 새들

사원 경내 한켠에는 알록달록한 새들을 위한 작은 동물원이 있다. 크기와 색깔이 저마다 다른 새들이 우리 안에서 온갖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열여덟 달 된 손녀 딥바는 이 새들을 보고 몹시 기뻐했다. 새들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냈고, 딥바도 새들을 흉내 내며, 몸짓으로 '새가 이렇게나 많은 종류래!'라고 우리에게 알려 주려 했다.

발리인들과의 우정

우리는 애를 써서야 딥바를 새장 곁에서 데려왔다. 그 근처에서는 남녀 몇 사람이 그늘 아래 나란히 앉아 대나무로 바구니를 엮고 있었다. 딥바가 이런 작업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품에서 내려 그들에게 달려가 바구니를 엮는 한 여인의 무릎에 올라앉았다. 서투른 말로 이야기를 건네는 듯했는데, 마치 '이렇게 예쁜 바구니는 어떻게 엮어요?'라고 묻고 싶은 것 같았다. 환경이 아이에게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깊이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다시금 놀랐다.

갈룽안 축제의 야시장

사원을 나서니 밖에서 거대한 장이 열리고 있었다. 이 장은 발리의 대표 축제인 갈룽안(Galungan)을 맞아 열린 것이었다. 겉모습은 인도의 장과 비슷했지만, 파는 물건은 사뭇 달랐다. 알록달록하게 색칠된 달팽이, 거북, 새, 물고기와 여러 종류의 새 병아리들이 팔리고 있었다. 새와 물고기 중 일부는 자연적으로 선명한 색을 띠었지만, 대부분은 인공적으로 물을 들인 것이었다. 딥바는 이것들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부 갖고 놀고 싶어 했지만 우리는 하나도 사 줄 마음이 아니었다. 작은 새들이 든 우리를 한참 동안 유심히 살펴본 끝에, 딥바는 그들을 흉내 내 짹짹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