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크리스틴 드 피장(Christine de Pizan)은 샤를 5세의 궁정에 들어가 의사이자 점성술사로 활동한 아버지 토마소 피자노(Tommaso Pizzano)를 따라 프랑스로 건너갔다.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두었으나, 불행하게도 25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펜 하나로 일어선 미망인
1395년부터 1405년까지 약 10년간 그녀는 뛰어난 필력을 보여주는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단순히 문재를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의 지적·정치적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그녀는 글쓰기로 생계를 꾸린 유럽 최초의 전업 여성 작가로 평가받는다.
여성의 능력을 옹호한 선구적 목소리
특히 크리스틴 드 피장은 사회적으로 억눌린 여성의 처우를 개탄한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이다. 1405년 저술한 대표작 『여성의 도시(The City of Ladies)』에서 그녀는 이렇게 선언한다.
“여성이 법률을 배울 만큼 총명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경험은 명백히 그 반대를 증명한다 […].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였던 수많은 여성들을 보아왔으며, 그들은 남성이 만든 법전과 규정보다 훨씬 어렵고 고귀한 학문들을 충분히 익힐 수 있었다.”
중세라는 시대에 여성의 지적 능력을 공공연히 옹호한 그녀의 글은, 오늘날까지도 페미니즘 사상의 중요한 뿌리로 꼽히며 많은 독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