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천사의 미모, 야수의 본성: 나치 수용소 여간수 이르마 그레제

천사의 미모, 야수의 본성: 나치 수용소 여간수 이르마 그레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이르마 그레제(Irma Grese)의 부모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악몽'이라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당시 독일에서는 나치당이 급속히 성장하며 온 사회가 뒤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레제 가정에는 그보다 먼저, 더 가까운 곳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집 안에서 진행되던 파국이었죠.

결국 어머니는 남편과의 관계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염산을 들이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이르마와 네 명의 형제자매는 고아가 되었고, 아버지는 손쉽게 재혼의 길을 걷습니다.

학교를 떠난 14세의 금발 소녀

어린 이르마에게 학교 생활은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14세가 되던 해, 그녀는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데, 사실 진짜 이유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또래 친구들에게 극심한 괴롭힘을 당하며 매일같이 고통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소속감을 느꼈던 곳은 바로 '독일 소녀 연맹(BDM)', 여성만을 위한 나치 청소년 조직이었습니다.

좌절된 간호사의 꿈

10대 시절 그레제는 농장 일손, 상점 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렸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력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단연 SS 산하 요양원에서 2년간 간호 보조로 일한 경험이었습니다. 정식 간호사가 되기를 열망했던 그녀였지만, 시험에서 거듭 탈락하면서 결국 꿈을 접고 자리를 떠납니다.

'자격'을 갖춘 지원자

제2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역설적으로 일부에게는 평소에는 없던 '기회'를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이르마는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답고, 야망이 있었고, 독신이었으며, 무엇보다 '자격'을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1942년, 그녀는 다시 한번 간호사 지원에 도전하지만 또다시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낙담은 잠시, 그녀는 베를린 북쪽에 새롭게 지어진 최신식 강제수용소 라벤스브뤼크(Ravensbrück)에서 일하겠다고 자원합니다.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발걸음

1943년 3월, 그녀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끔찍한 살육의 현장, 아우슈비츠(Auschwitz)로 전근됩니다. 그곳에서 맡게 된 새 직책은 다름 아닌 수용소 여성 감시관(Aufseherin)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곧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이 '직업'에 남다른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천사 같은 외모 뒤에 숨겨진 이 소녀의 '커리어'가 어떻게 악명 높은 악마로 변해갔는지, 그 충격적인 후일담은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