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들이 이빨 범랑질(에나멜)에서 지금까지 얻어진 것 중 가장 오래된 유전 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나이는 무려 80만 년. 주인공은 스페인 북부 아타푸에르카(Atapuerca) 마을 근처 동굴에서 화석이 발견된 미스터리한 인류 조상, 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입니다.
기존 기록을 두 배 가까이 뛰어넘다
지금까지 인류속(Homo)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전 물질은 약 43만 년 전의 것으로, 역시 스페인에서 출토된 바 있습니다. 이번 발견은 그 기록을 크게 갱신한 것입니다. 한편 그보다 오래된 물질도 존재했는데, 과거 과학자들은 약 200만 년 전 동물 화석(중국에서 발견된 영장류)에서 고대 단백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DNA가 아닌 단백질을 읽는 '고단백질체학'
코펜하겐 대학교의 분자인류학자 프리도 웰커(Frido Welker)가 이끈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화석화된 이빨에서 '고단백질체학(paleoproteomics)'이라 불리는 방법을 활용해 고대 단백질을 복원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DNA가 아닌 단백질에 담긴 유전 정보를 읽어낸다는 점입니다. DNA는 그토록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분해되기 때문에, 수십만 년 전 화석에서는 직접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단백질은 더 오래 보존되며, 그 구조에 종 간의 진화적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호모 안테세소르는 누구인가
호모 안테세소르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조상'을 의미합니다. 이 종은 약 100만 년 전 서남아시아, 아마도 중동 지역에서 처음 나타난 뒤 서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지만, 식인 풍습이 있었다는 강력한 정황도 남아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존재입니다.
과거 일부 학자들은 호모 안테세소르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사촌' 격인 네안데르탈인으로 이어지는 진화 계통의 마지막 공통 조상일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전 분석 결과, 호모 안테세소르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진화 나무의 직계 조상이 되기에는 충분히 차별화된 별개의 종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종이 공통 조상의 '자매종(sister species)', 즉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공통 조상과 매우 가까운 친연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성과는 화석에서 뼈대만 남은 미지의 인류 조상을 단백질 분석으로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인류 진화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발견으로 평가됩니다.
출처: AP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