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개를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부르지만, 한 마리의 고양이가 그 명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바로 '사이먼(Simon)'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로,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영국 해군은 이 영웅적인 고양이를 기리고 있습니다.
사이먼은 영국 해군 호위함 HMS 아메시스트(HMS Amethyst)의 마스코트였습니다. 중국 내전의 마지막 국면이던 1949년, 이 배는 마오쩌둥의 공산군에 의해 양쯔강에서 무려 101일 동안 갇히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양쯔강에서 벌어진 101일간의 포위전
당시 아메시스트호는 상하이에서 난징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 영국 대사관의 철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항해 도중 마오쩌둥의 공산군에게 포격을 받았고, 손상을 입어 결국 좌초하고 말았습니다.
영국 측이 여러 차례 요청했음에도 공산당 측은 배의 수리는 물론, 승조원의 철수와 식량 보급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중국군이 모든 탈출로를 차단하고 영국 선박들을 곳곳에서 공격하면서, 승조원들은 점차 굶주림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포탄 파편에 중상을 입고도 살아남다
사이먼 역시 중국군 포탄의 파편에 크게 다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함내 병실까지 기어갔고, 거기서 파편 네 조각을 제거하는 응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상태가 너무나 위중하여 모두가 그가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정통 고양이답게 아홉 개의 목숨을 지닌 사이먼은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나섰습니다.
배를 집어삼킨 쥐들과의 전쟁, 그리고 희망의 아이콘
회복한 사이먼은 배 곳곳에 넘쳐나던 수백 마리의 쥐를 잡아 없애는 임무를 떠맡았습니다. 덕분에 귀중한 식량 보급품이 지켜졌고, 희생자 22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승조원들이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고양이가 남긴 가장 큰 공헌은 포위된 승조원들의 사기를 끝까지 북돋아 준 것이었습니다. 함장부터 최하급 선원까지, 모두가 그를 행운의 부적처럼 여겼습니다.
귀환과 영웅의 최후
그리고 실제로 행운이 따랐습니다. 3개월 11일에 걸친 포위전 끝에, 192명의 승조원 가운데 배에 남아 있는 이들은 60여 명뿐이었지만, 다른 영국 함선들이 중국의 봉쇄선을 돌파해 구멍 뚫린 아메시스트호를 끌고 구원에 나선 것입니다.
아메시스트호는 1949년 11월 1일 영국으로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그러나 작은 영웅에게는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처에 염증이 생겼고, 사이먼은 결국 두 주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홍콩 항구에서 17세의 영국 선원에게 구조되었던 사이먼은 영국 해군 동물 묘지에 군례를 갖춰 안장되었습니다. 그는 빅토리아 십자장에 해당하는 특별 동물 훈장인 디킨 메달(Dickin Medal)을 수상했는데, 이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승조원들의 사기를 높인 공헌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이 훈장은 지금까지 65마리의 동물에게 수여되었습니다. 그중 32마리는 군용 전서비, 29마리는 개, 3마리는 말이었고, 단 한 마리의 고양이야말로 바로 사이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