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제2차 세계대전 소련군 586 전투기 연대: 하늘의 아마존들, 영광과 음모

스탈린의 승인으로 탄생한 여성 전투기 연대

제586 전투기 연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여성 조종사들이 비행한 소련의 세 항공 부대 중 하나였다. 유명한 '밤의 마녀(Night Witches)' 부대를 포함한 이 연대들은 소련 최초의 여성 항법사인 마리나 라스코바가 스탈린에게 직접 건의하면서 창설되었다.

제586 전투기 연대는 1941년 12월, 독일군이 모스크바에 접근하던 위기의 시기에 창설되었다. 야크-1 전투기를 조종하도록 특별 훈련을 마친 여성 조종사 25명이 이 부대에 합류했으며(1943년부터는 야크-7과 야크-9 기종도 사용하게 되었다), 초대 지휘관은 예브게니야 프로호로바였다. 그러나 그녀는 1942년 3월 전사했고, 비행조차 하지 못하는 타마라 카자리노바가 후임 지휘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녀는 조종사로서도, 지휘관으로서도 극히 논란이 많은 인물이었다.

첫 출격과 스탈린그라드 전투

586 연대는 1942년 2월 23일, 사라토프의 철도 교량을 독일 폭격기로부터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첫 전투 출격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 번째 임무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지휘관의 죽음이 부대에 남긴 충격 때문이 컸다.

1942년 9월 10일, 연대의 항공기 8대가 스탈린그라드 지역에 배치되어 전투에 참여했다. 부대를 이끈 것은 라이라 발랴예바로, 그녀는 전사하기 전 독일 항공기 3대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부대의 두 조종사인 발레리야 코먀코바와 올가 얌시스코바가 독일 Ju-88 폭격기 1대를 격추하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코먀코바는 10월 6일 전사하면서 연대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남성 지휘관의 부임과 보로네시 공방전

1942년 10월 22일, 586 연대는 내부 갈등 끝에 남성 지휘관인 알렉산드르 그린텐예프 중령을 맞이하게 되었고, 여성 조종사들의 부족으로 남성 조종사들도 부대에 합류했다. 이후 연대는 보로네시 지역 항공기 생산 공장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아 이 시기에 독일 Ju-88 폭격기 7대와 강력한 성능으로 악명 높은 FW-190 전투기 3대를 격추했다.

특히 독일 폭격기 4대는 1943년 3월 19일 벌어진 서사시적인 공중전에서 격추되었다. 당시 무려 42대의 독일 폭격기가 공장 폭격을 위해 몰려왔고, 소련 조종사들은 적기에 충각 공격을 시도할 만큼 영웅적으로 맞섰다. 결국 나머지 독일 항공기들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쿠르스크에서 헝가리까지

이후 586 연대는 쿠르스크 작전에 참여했지만 방어 역할을 담당하며 독일 폭격기로부터 주요 시설과 기반 시설을 엄호했다. 이후 부대는 키예프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독일 전투기 6대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어서 지토미르 지역을 엄호하면서 중폭격기 He-177 '그라이프'를 포함한 독일 폭격기 3대를 추가로 격추했다.

1945년 2월까지 부대는 제2 우크라이나 전선군의 지휘 아래 드네스트르 지역에서 엄호 및 근접 지원 임무를 수행했고, 이후 헝가리 전선으로 이동하여 작전에 참여했다. 연대는 총 2,073회의 전투 출격과 125회의 공중전, 그리고 19대의 격추 기록을 남긴 채 1945년 11월 해체되었다.

부대를 거쳐간 전설적인 에이스들

두 명의 에이스 여성 조종사도 잠시 이 부대에서 활약했다. 바로 스탈린그라드의 '흰 장미'로 불린 유명한 리디야 리트뱌크(자료에 따라 5~12대 격추)로, 그녀는 1943년 8월 1일 전사했다. 또 한 명은 예카테리나 부다노바(5대 격추)로, 1943년 7월 19일 독일 Me-109 전투기들과의 공중전에서 생을 마감했다.

검은 점: 지휘관 카자리노바의 음모

앞서 언급했듯이 카자리노바 소령은 기묘한 인물이었다. 586 연대의 지휘관이었으면서도 그녀는 낡은 부상 때문인지, 혹은 새로운 야크 전투기에 대한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결국 비행하지 않았다. 카자리노바는 정당한 자격 없이 오시펜코 중장과의 개인적 관계 덕분에 지휘관 자리에 앉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은 연대 내 여성 조종사들과의 마찰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조종사들이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카자리노바는 오시펜코의 도움을 등에 업고 반발하는 조종사 대부분을, 최고의 에이스들조차 연대에서 쫓아냈다. 게다가 남은 이들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자살 임무를 배정하기까지 했다. 결국 카자리노바는 지휘관직에서 물러났고, 그린텐예프 중령이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린텐예프에게 지휘권이 넘어간 것이 상급 지휘부에 의한 일종의 징계 성격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전 부대에서 모래폭풍 속 무리한 출격을 거부하며 조종사들을 희생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텐예프는 586 연대를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정예 부대로 재탄생시켰고, 그의 도덕성과 실력으로 여성 조종사들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카자리노바는 이를 잊지 못했고, 계속해서 옛 부대를 깎아내리며 '근위(Guard)' 명예 칭호 수여를 방해하는 등 음흉한 복수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