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그림자 권력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서로마 제국 말기의 장군 플라비우스 리키메르(Flavius Ricimer)다. 황제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황제 자신이 실력자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심지어 황제를 지명하는 이가 실력자였던 시대. 리키메르는 11년 동안 무려 네 명의 황제를 세우고 폐위시키며 그 정점을 찍었다. 수에보족 왕자에서 로마의 실력자로 리키메르는 이베리아 반도 북서부의 로마 속주 갈라에키아 출신의 아리우스파 수에보족이었다. 5세기 들어 수에보족은 알란족과 함께 이 지역에 왕국을 세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