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유럽의 역사

  • 신의 땅 푼트(Punt): 유향과 금이 넘치던 나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고대 이집트의 동쪽에는 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여신 하토르의 고향이자, 매일 아침 태양신 라(Ra)가 잠에서 깨어 세상을 비추는 장소였습니다. 종교 의식에 쓰이는 유향나무와 몰약, 그리고 흑단·금·공작석이 넘쳐나던 이국의 땅. 이집트인들은 이곳을 타넷체르(ta-netcher), 즉 신의 땅이라 불렀습니다. 비할 데 없는 부를 자랑하던 이 나라는 놀랍게도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타넷체르라는 표현은 고대 이집트 문헌에서 흔히 등장하는데, 신의 손아귀에 있는 땅과 달리 파라오의 통치를 받지 않고 저명한

  • 수프를 불지 않으면 왕도 죽는다? 수메르 왕명록의 기묘한 실화

    전설과 신화가 뒤섞인 왕들의 명부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남긴 가장 흥미로운 문서 중 하나가 바로 수메르 왕명록(Sumerian Royal List)입니다. 이 문서에는 왕조와 도시별로 분류된 왕들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태고의 시절부터 티그리스·유프라테스 두 강 사이를 다스렸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전해진다고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명부에 오른 군주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첫 번째 그룹은 순전히 전설에 불과한 왕들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비정상적으로 긴 재위 기간입니다. 백 년에 달하는 경우는 물론, 바

  • 인류 최초의 치과 충전재는 밀랍이었다: 고대 치과 의학의 놀라운 역사

    8,000년 전, 인더스 문명에서 시작된 치아 치료엑스레이, 드릴, 타액 흡입기, 후크, 나사, 바늘 등 오늘날의 치과 기구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인류는 이미 치과 진료를 받아 왔습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약 8,000년 전 인더스 문명에서 처음으로 치아 치료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시 환자들이 남긴 생생한 치과 경험담 같은 기록은 없지만 말입니다.문헌 형태의 치과 질환 치료 기록이 등장하기까지는 수 세기가 더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메소포타미아, 중국, 인도, 그리스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는 공통적으로 충치의 원인

  • 기원전 5세기 중국의 청정에너지: 소금 시추에서 시작된 천연가스와 최초의 가스 파이프라인

    고대 사회에서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부패하기 쉬운 음식을 보존하는 필수 방부제였습니다. 실제로 급여(salary)라는 단어는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했는데, 로마 노동자들이 임금의 일부를 소금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대 플리니우스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Nihil esse utilius sale et sole (소금과 태양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소금이 지닌 전략적 가치 때문에 각 지역 정부는 소금의 생산·징수·무역에 대한 절대적 통제권을 확립했고, 이것이 많은 이들이 역사상 최초의 독점이라 여기는 제도를 탄생시켰습니다.

  • 우아한 라틴어의 이면, 고대 로마에서 실제로 쓰였던 모욕 표현들

    고전 언어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그 언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을 대리석 조각상처럼 우아하고 위엄 있는 존재로 상상하곤 합니다. 그래서 고대인들의 언어에는 모욕이나 저속한 욕설 따위는 없었으리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희극 작가 플라우투스(Plautus)의 작품만 살펴보더라도 당대에 널리 쓰인 수많은 모욕 표현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보다 덜 세련된 어휘를 구사한 작가가 그 하나뿐인 것도 아닙니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자면, 필자는 공립 어학교의 프랑스어 교사에게 배운 적이 있는데, 그 교사는 특정 표현

  • 고대 로마는 공공사업 비용 초과를 어떻게 막았을까? 공공인 발주 제도와 비트루비우스의 해결책

    오늘날 대중(大衆)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계약—공사 발주, 서비스 제공, 물품 공급, 라이선스 등—은 규제되고 투명하며, 합법적이고 논리적인 공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물론 누군가 부정을 캐물으며 지켜보고, 언론이 사실이 아님을 폭로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흥미롭게도 고대 로마인들은 publicus(공공 사업)를 발주할 때 놀랍도록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곳에는 감히 이의를 제기하거나 폭로할 사람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공화정 시대 로마의 정복 전쟁은 막대한 전리품과 스티펜디움(stipendium, 패배

  • 로마 건축물이 2,000년 이상 버틴 비밀, 화산재로 만든 '로마 콘크리트'의 과학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다리, 수도교, 원형극장 등 2,0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로마 건축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간의 증인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견고함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흥미로운 점은, 로마 콘크리트는 현대 콘크리트만큼 압축 강도가 높지는 않지만 시간의 흐름에는 훨씬 잘 견디며, 제조 과정 또한 환경에 덜 해롭다는 사실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대로 비가 내리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 폭우와 파도, 풍화는 어떤 구조물에든 혹독한 시련으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가장 논리적인 접근은 로마 콘크리트의 성

  • 네로 황제, 위대한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그로테스크'의 아버지였다

    네로 통치 첫해, 로마 원로원은 젊은 황제에게 Pater Patriae, 즉 국가의 아버지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이 칭호는 황제직에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상원이 공로를 인정했을 때에만 부여하는 특별한 영예였습니다. 당시 로마는 확실히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네로는 세금을 낮추고 국경을 안정시켰으며 공무를 성실히 처리했고, 외교 정책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모든 것이 젊은 황제가 로마를 황금기로 이끌 것이라는 전조처럼 보였죠. 그러나 이 낙관은 고문 세네카와 부루스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지속되

  • 2000년 전 인류는 무엇을 웃었을까? 고대 최초의 농담집 '필로겔로스'로 읽는 그리스·로마의 유머

    앞서 고대 로마에서 사용되던 모욕 표현들, 즉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농담의 일부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웃었는지 직접 확인해 볼 차례입니다. 그 답은 세계 최초의 농담 모음집으로 불리는 필로겔로스(Philogelos), 웃음을 사랑하는 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필로겔로스는 4세기경 그리스어로 집필된 작품으로, 주제별로 분류된 총 256개의 농담을 담고 있습니다. 정확한 저자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사료는 그리스인 히에로클레스(Hierocles)와 필라그리오스(Philagrios)를 작

  • 피라미드를 지은 이는 노예가 아니었다? 임금 노동자였음을 입증하는 두 가지 결정적 증거

    이집트 피라미드를 세우기 위해 채찍질을 당하며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수천 명의 노예 — 이 이미지는 영화와 교과서를 통해 우리 모두의 기억에 깊이 새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실제 역사적 사실보다 예술적 상상력에 가깝습니다. 물론 고대 이집트에 노예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 대부분은 전쟁 포로였으며, 이집트 사회의 핵심 노동력이 아니었고,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인력도 아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노동은 임금을 받고 이루어졌습니다.나일강, 정확히는 나일강의 연간 범람이 이집트인들의 일상을 결정했다는 사실은

  • 역사상 최초의 에스크라체 시위, 기원전 195년 로마 여성들의 렉스 오피아 폐지 투쟁

    에스크라체(escrache)란 특정 정치·사회 문제와 관련해 공인의 행동을 규탄하기 위해 그의 집이나 직장 앞에서 열리는 시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미국주의 사전(Diccionario de americanismos)》에 따르면 에스크라체는 심각한 범죄나 부패 혐의를 받은 인물이 비난받아 마땅한 공공장소 또는 그의 집 앞에서 열리는 대중적 규탄 시위를 의미합니다.이 용어는 199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독재정권 시절 저지른 범죄로 기소되었다가 석방된 인물들의 집 앞에서 조직된 시위를 일컫으며 널리 알려졌고, 이후 다른 국가와 상황으로

  • 수메르의 혼전관계, 결혼, 이혼 –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결혼 문화

    수메르인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두 강 사이, 즉 메소포타미아에서 이루어진 결혼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결혼식에는 사제가 주례로 참석했지만, 그 목적은 해당 세금을 걷기 위함이었고(모든 종교가 세금을 걷는 법이지 않은가?), 결혼 계약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증명하기 위함이었다.종교가 아닌 민사 계약이었던 수메르의 결혼수메르의 사제 계급은 신들의 이름으로 각종 계약을 증명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검은 머리 사람들, 즉 수메르인들에게 결혼은 순전히 민사

  • 노아의 방주, 사실은 없었던 대홍수?…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남긴 교훈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서양 문화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 중 하나이며, 매여름마다 아라라트산에서 방주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금까지 발견됐다는 방주만 모아도 대형 여객선 몇 척은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일부 근본주의 종교 단체가 주장하듯, 이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일까? 그 진실을 파헤쳐 보자. 성경보다 오래된 기원, 길가메시 서사시 이 전설이 널리 퍼진 건 성경 덕분이다. 유대교의 타나크(구약성경) 일부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유대인들이 바빌론 포로 시기에 그곳의 문화적

  • 폼페이에는 고급 창녀가 없었을까? 고대 벽화로 본 로마의 매춘 문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매춘부, 창녀, 혹은 방탕한 삶을 사는 여성이 존재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속담이 이를 뒷받침한다. 고대 로마의 매춘 비용, 벽화로 알아보다 고대 로마에서 이 서비스에 얼마를 지불했는지, 소위 교양인들이 창녀를 찾을 때 얼마를 썼는지 우리는 알 수 있다. 대리석 신전을 짓고 문학의 걸작을 쓴 이들이라고 해서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니까. 자료의 출처: 폼페이의 벽면 비문 이 기사에서 인용하는 거의 모든 소식과 낙서는 Corpus Inscr

  • 폼페이의 마지막 날: 베수비오 화산이 하룻밤에 지운 도시, 3D로 재현된 그날의 기록

    일요일에 우리는 폼페이에 있었습니다. 세상은 하나의 세상이기 때문에 항상 불행과 재난이 있었지만, 그 도시에서 일어난 것과 같이 인류를 사로잡은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달리 생각나지 않습니다.— 괴테, <이탈리아 기행>, 1787년 3월 13일폼페이, 하룻밤에 얼어붙은 로마 도시폼페이(Pompeii)는 서기 79년, 이탈리아 나폴리 만 인근에 번영을 누리던 로마의 상업 도시였습니다. 약 2만 명의 주민이 살던 이곳은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로 화산재와 화산쇄설류에 완전히 파묻히며 역사

  • 역사상 최초의 우편 서비스, 고대 로마 '쿠르수스 푸블리쿠스'의 모든 것

    스페인 국영 우편 서비스 코레오스(Correos)가 올해 창립 300주년을 맞았습니다. 1716년 스페인 국가가 공식적으로 우편 서비스를 시작하며 전 영토에 우편 권한을 부여한 것이 그 시초인데, 그렇다면 역사상 최초의 우편 서비스를 찾으려면 어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요? 정답은 바로 고대 로마입니다.로마의 방대한 도로 건설이 가져온 결과 중 하나는 여러 속주와 도시 간 통신 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미 자신의 명령을 전달할 기병 메신저 부대를 운용하고 있었지만, 특히 승전 소식을 수도 로마에

  • 고대 로마의 택시와 택시미터기, 그리고 독특한 음주 단속법

    고대 로마의 거리를 누비던 다양한 차량들은 운반하는 짐, 이동해야 할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 처한 형편에 따라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산 페르난도 택시라 불리는 방식, 즉 한동안 걷다가 또 걷는 식으로 이동하거나 지인의 수레를 얻어 타야 했으니까요. 이 글에서는 말이나 마차를 부릴 만한 형편이 되던 사람들의 이동 수단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로마인들의 이동 수단 도시 안이나 짧은 거리의 이동에는 가장 부유한 계층이 인력으로 끄는 가마(litter)를 이용했습니다. 노예 여럿이 가마를 메고, 또 다른 노예

  • 기원전 7세기 배를 나르던 '선박 열차' 디올코스: 코린트 지협을 건넌 고대 그리스의 놀라운 발명

    해상 운송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바다와 바다를 잇는 항로(운하) 건설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미 고대부터 연구되었지만, 실제로 공학 기술로 현실이 된 것은 19세기, 즉 수에즈·코린트·파나마 운하가 등장하면서였습니다. 그러나 코린트의 경우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무려 기원전 7세기에 이미 독창적인 해결책이 시도되었기 때문입니다.1881년부터 1893년 사이에 건설된 현재의 코린트 운하는 코린트 지협을 가로질러 이오니아해와 에게해를 연결하는 약 6km 길이의 인공 수로입니다.시간을 기원전 7세기로 되돌려 보면, 배들은 바위투성이의

  • 전쟁은 지옥이다… 3300년 전 아시리아 병사들도 겪었던 PTSD

    다리를 찾을 수 없었다 — 람보가 남긴 전쟁의 상흔영화사에 남은 명대사를 이야기할 때면 누군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다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영화 퍼스트 블러드에서 존 램보는 이렇게 절규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다리를 찾지 못했다. 다리를 찾을 수 없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그렇게 긴 7년이 흘렀다, 하루하루가… 이것은 아마도 수많은 참전 용사들이 전장을 거치고 돌아온 뒤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순간일 것입니다.베트남전 이전에도 존재했던 고통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가 베트남 전쟁에서 비

  • 고대 로마의 '코코'는 레무레스였다? 아이를 잡아먹는 유령과 레무리아 축제 이야기

    텔레린 가족(Telerín Family), 토포 지지오(Topo Gigio), 혹은 카시미로(Casimiro). 어린 시절 우리를 침대로 보내던 이들에게는 언제나 공통된 신호가 있었습니다. 이들 중 하나가 TV 화면에 등장하면 그 순간이 곧 취침 시간이라는 뜻이었죠. 때로는 동화를 읽어주었고, 어린 아이에게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론상 아이를 편안하게 해줘야 할 그 순간, 정작 아이를 잠들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힘이었습니다. 바로 코코(coco)에 대한 공포입니다.자거라 얘야,이제 자거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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