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역사적 이야기

  • 기찌아르디니가 그린 알레산드로 6세 보르지아의 초상: 르네상스 최악의 교황

    드라마 더 보르지아(The Borgias)에서 알레산드로 6세 역을 맡은 배우 제러미 아이언스 말로 다 할 수 없는 스캔들 속의 교황 교황 알레산드로 6세 보르지아에 관해서는 이미 강물처럼 방대한 분량의 글이 쏟아져 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이 교황의 추악한 행실과 온갖 만행을 폭로하는 데 할애되었다. 그럼에도 이 인물의 본질을 간결하면서도 빈틈없이 포착해 낸 이는, 당대 최고의 저술가이자 역사가였던 프란체스코 기찌아르디니(Francesco Guicciardini)를 넘어서는 이가 거의 없다. 본명 로드리고 보르지아(Rodr

  • 루이 14세: 왕의 다리를 치료하려 했던 향료주

    영화 ‘루이 14세의 마지막 날들’에서 궁정 의사들이 루이 14세를 진찰하는 장면통풍에서 시작된 괴저루이 14세는 생애 마지막 몇 년 동안 왼쪽 다리에 심각한 괴저를 앓았습니다. 이는 원래부터 앓고 있던 통풍이 원인이었는데, 통풍은 당시 붉은 고기와 사냥감을 대량으로 소비하던 일정 신분 이상의 계층에서 흔히 나타나던 질병이었습니다.향료주에 담근 치료법이 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고안된 치료법은 다소 의심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바로 환부가 된 다리를 뜨거운 향료주가 가득 담긴 욕조에 담그는 것으로, 이는 수백 년 전부터 시

  • 1700년대 결투기(決鬪記)... 해피엔드

    신사들의 결투, 그 생생한 목격담 이탈리아 역사 잡지 <스토리카(Storica)> 69호(2014년 11월호)에는 결투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흥미로운 특집이 실려 있다. 필자가 청년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죽음을 다룬 글을 쓰며 참고했던 바로 그 자료이기도 하다. 이 특집에서 소개된 여러 이야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18세기에 벌어진 한 차례의 결투에 대한 기록이다. 놀라운 점은 이 기록이 결투 당사자 중 한 명이 직접 남긴 증언이라는 사실이다. 화려한 귀족 폴 드 공디(Paul de Gondi), 훗날 레츠 추기

  • 르네상스 이탈리아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을까? 식탁 위로 재현된 시대의 풍경

    르네상스 시대의 식탁: 과일과 달걀이 올려진 풍성한 연회의 모습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식탁, 무엇이 올랐을까? 15세기부터 16세기 사이 이탈리아 사람들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올랐을까요? 그리고 당시 가장 사랑받던 음식은 무엇이었을까요? 르네상스 시대 역시 다른 어떤 역사적 시기와 마찬가지로 사회 계층에 따른 구분이 필요합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식사는 서로 현저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부유층과 평민, 전혀 다른 두 개의 식탁 일반적으로 가장 부유한 계층은 주로 사냥감과 과일을 즐겼습니다. 연회에는 후추나 계피 같은 값비싼 향신료가

  • 르네상스 시대, 최초의 이탈리아 '부티크'의 탄생

    ▲ 오늘날 부티크의 조상인 재단사 가게 — 이소녜 성(발레다오스타) 프레스코화 속 모습 르네상스의 실크 로드,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 밀라노, 피렌체, 볼로냐, 제노바, 베네치아는 르네상스 전성기에 유럽이 주목하는 실크 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도시들은 귀한 직물, 특히 고급 비단을 개인 고객과 상인들에게 판매하는 대형 명품 상점으로 넘쳐났습니다. 현대 부티크의 조상 이러한 상점들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부티크의 조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유층만이 드나들던 이곳에서는 단 한 벌의 옷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는 손

  • 요강의 진화사: 베르사유 궁전에 비친 위생 문화

    채색 도자기로 만든 옛 요강 샤즈 페르세, 귀족들의 이동식 화장실 16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두 세기에 걸쳐, 오늘날의 변기가 수행하는 필수적이면서도 속된 기능을 담당했던 것은 바로 샤즈 페르세(chaise percée)였습니다. 작고 휴대하기 편리한 나무 상자 안에 그릇을 넣은 형태로, 뚜껑 달린 의자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편안함을 위해 좌석에는 푹신한 방석을 얹었고, 우아함을 더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인테리어 소품이라 불릴 만큼 사치스러운 천으로 덮개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베르사유 궁정의 사치스러운 위생 문화 베르사

  • 피에로 데 메디치, 왜 '통풍 환자(il Gottoso)'라 불렸을까?

    통풍 환자라는 별명의 주인공피에로 데 메디치(Piero de Medici, 1416~1469)는 줄리아노(Giuliano, 1453~1478)와 위대한 로렌초, 이른바 일 마니피코(Lorenzo il Magnifico, 1449~1492)의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그는 역사 속에 일 고트소소(il Gottoso), 즉 통풍 환자라는 다소 매력적이지 못한 별명으로 남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평생을 괴롭힌 질병, 통풍(gout) 때문이었습니다.메디치 가문을 덮친 유전병통풍은 피렌체 최고의 명문가였던 메디치 가문 안에서 유전적으로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음담패설: 천재의 숨겨진 장난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천재의 반전 매력모나리자를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가장 유명한 작품 속 인물들은 모호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가이자 과학자였던 이 천재가 평소 농담, 심지어 꽤 외설적인 농담을 즐기는 취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농담을 했다는 것, 게다가 꽤 음탗한 농담이라면 더욱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신가요?실제로 위대한 르네상스의 예술가이자 과학자였던 그는 선정적인 농담을 즐겼고, 재치 넘치는 음담패설로 사람들을 웃음짓곤 했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 아이작 뉴턴의 사과 이야기, 역사인가 전설인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사과가 학자 아이작 뉴턴의 머리에 쿵 하고 떨어졌고, 그 순간 그는 만유인력 법칙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는 과학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일화입니다. 과학 분야에 실질적인 혁명을 가져온 계기로 꼽히는 이 에피소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합니다.그런데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일까요, 아니면 수백 년 동안 거의 변함없이 전해 내려온 대중적 전설일까요?뉴턴 본인이 남긴 기록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과가 머리에 떨어졌다는 극적인 장면은 후대가 덧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흔히 그렇듯 이야기 속에

  • 프랑스 혁명의 공포정치(테러),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나?

    1794년 7월 27일,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와 그의 최측근들이 처형되면서 공포정치는 막을 내렸습니다.공포정치란 무엇인가?공포정치(Régime de la Terreur), 즉 테러 시대는 프랑스 혁명 역사에서 가장 어둡고 유혈이 낭자했던 시기를 가리킵니다. 이 시기는 1793년 7월에 시작되어 1794년 7월 27일,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Robespierre)가 처형되면서 끝났습니다. 그와 함께 그의 최측근이자 동료였던 루이 생쥐스트(Louis Saint-Just)와 조르주 쿠통(Georges Couthon

  • 1400년대부터 이어진 에그노그의 원조, 르네상스 자바글리오네 레시피

    1400년대 당시의 식탁 풍경. 이 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대가 마르티노 다 코모가 필사본에 남긴 자바글리오네(자바이오네) 레시피를 소개합니다.15세기의 디저트, 자바글리오네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15세기 방식 그대로 자바글리오네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자바글리오네는 달걀 노른자와 설탕, 와인을 저으며 가열해 만드는 이탈리아 전통 크림 디저트로,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에그노그의 조상 격인 음식입니다.마르티노 다 코모의 레시피아래 레시피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최고의 요리사 중 한 명인 마에스트로 마르티노 다 코모(Ma

  • 르네상스 요리 조리법: 아몬드 우유에 삶은 쌀

    화려함이 절정에 달했던 후기 르네상스 연회. 오늘 소개할 아몬드 우유 쌀 요리 레시피는 무려 14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마에스트로 마르티노 다 코모의 레시피이 조리법 역시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요리사로 명성이 높았던 마에스트로 마르티노 다 코모(Maestro Martino da Como)의 저술에서 직접 가져온 것입니다.당시 이 아몬드 우유 쌀 요리는 주로 금식하는 날, 예컨대 사순절 기간이나 병후 회복기에 즐겨 먹던 음식이었습니다.흥미로운 점은, 1400년대 북부 이탈리아에서 쌀이 아직 꽤 새로운 곡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 코시모 데 메디치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었을까?

    베일에 싸인 코시모 데 메디치의 탄생폰토르모(Pontormo)가 그린 일 장로(Il Vecchio)로 불리는 코시모 데 메디치의 초상화피렌체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위대한 로렌초(Lorenzo il Magnifico)의 할아버지였던 코시모 데 메디치(Cosimo de Medici), 이른바 코시모 일 장로의 탄생은 여러 면에서 미스터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흥미롭게도 미스터리의 핵심은 단순히 날짜 때문만이 아닙니다. 출생 연도인 1389년은 비교적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정확한 생일은 자료에 따라 9월 27일이라고도 하고 4월

  • 그림 속 역사 이야기: 루이 15세와 마지막 정부(情婦) 뒤바리 부인

    19세기 헝가리 화가 줄러 벤추르(Gyula Benczúr)가 그린 이 그림은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와 그의 마지막 정부였던 뒤바리 부인(Madame Du Barry)의 모습을 담고 있다.방탕하기 짝이 없었던 프랑스의 왕들프랑스의 왕들은 검소하고 성실한 루이 16세를 제외하면 대체로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사생활로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테러 시대에 단두대에 처형된 불운한 왕의 할아버지인 루이 15세는 이른바 연애의 기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었다.왕의 침실에 들어선 연인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름과 생

  •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18세기 프랑스 양복점, 앙투안 라스팔의 '아를르의 재단사'

    앙투안 라스팔, <아를르의 재단사 작업실>(1760)1760년, 한 폭의 그림에 담긴 양복점 풍경지금 보고 계신 그림은 프랑스 화가 앙투안 라스팔(Antoine Raspal)이 1760년에 그린 캔버스 유화입니다. <em>아를르의 재단사 작업실(The Atelier of the Seamstress of Arles)</em>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전형적인 양복점 안으로 발걸음을 들인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합니다.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 루이 15세를 사로잡은 네슬레 자매, 폴린의 의문사

    폴린 네슬레의 초상화루이 15세와 세 자매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의 침실에 드나든 수많은 연인들 중에는 무려 세 자매가 있었다. 세 자매 모두 왕의 총애를 받았으며, 어떤 시기에는 동시에 그 자리에 있기도 했다.바로 악명 높은 네슬레 자매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숨겨둔 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여성의 기교에 약했던 프랑스 군주를 끈질기게 붙잡아 두었다.그러나 자매 중 한 명은 갑작스럽게 요절하면서, 그 죽음의 원인에 대한 의혹을 낳게 된다.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폴린폴린 펠리시테 드 마이-네슬레(Pauline Félicité d

  • 세탁기 없던 시절, 옛사람들은 어떻게 빨래를 했을까?

    빨래 한 번 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오늘날 우리는 세탁기에 옷만 넣으면 끝나는 빨래를 지극히 당연한 일상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불과 몇백 년 전까지 깨끗한 옷 한 벌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사치였습니다.지난 세기에는 집안에 상수도가 없어 공공 우물이나 분수대까지 직접 물을 길어 와야 했습니다. 여기에 비누 값마저 비쌌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비누를 구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깨끗한 옷은 귀족과 부자의 특권그렇기 때문에 깨끗하게 빨린 옷과 속옷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는 일은 오랫동안 귀족과 부유층만 누릴 수 있는

  •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 루이 샤를의 죽음, 사실일까 추정일까?

    탕플 감옥에 갇힌 부르봉가의 어린 왕자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이자 프랑스 왕위의 정당한 계승자였던 루이 샤를은 대체로 언제, 어떻게 죽었을까요?탕플의 아이라 불리던 이 어린 왕자의 운명은 지난 두 세기 동안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가족에게서 떼어진 아이, 앙투안 시몽의 교육1793년 여름, 이 어린아이는 말 그대로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의 품에서 떼어져 다른 감방으로 옮겨졌고, 구두장이 앙투안 시몽의 돌봄에 맡겨졌습니다. 폭력적이고 술버릿이 거친 시몽에게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

  •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호화 결혼식, 황금으로 빛나던 벤티볼리오–에스테 혼인 연회

    르네상스 시대 귀족들의 수많은 연회 가운데서도 1487년 벤티볼리오(Bentivoglio) 가문과 에스테(dEste) 가문의 혼인 연회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압도적인 화려함으로 이름 높았다.당대 작가 조반니 사바디노 델리 아리엔티(Giovanni Sabadino degli Arienti)가 남긴 상세한 기록 덕분에, 우리는 르네상스 최고의 호화로운 결혼식으로 불리는 이 행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다.두 명문 가문을 하나로 묶은 정략결혼이 결혼식은 1487년 1월 29일,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던 날 안니발레 벤티볼

  • 루이 16세를 배신한 대장장이, '철제 장롱'에 숨겨진 운명의 비밀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루이 16세는 자신의 중요한 문서들을 지키기 위해, 그가 깊이 신뢰하던 왕실 대장장이 프랑수아 가망(François Gamain)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겼습니다. 바로 훗날 역사에 철제 장롱(armoire de fer)으로 기록될, 절대 뚫을 수 없는 자물쇠를 갖춘 비밀 금고였습니다.대장장이 기술을 사랑했던 왕루이 16세(1754~1793)는 평소 대장장이 일, 특히 자물쇠 제작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정 업무가 허락하는 한 그는 직접 작업대에 앉아 도구를 다루었고, 나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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